사랑의 기교3

Adult fairy tales|2017. 11. 12. 16:58

사랑의 기교3














미꾸라지, 쇠똥, 풀, 개 돼지, 새끼, 이런 이름과


플레이보이, 여자, 사랑, 자유, 미친놈, 이런 이름과 


이름과 이름 사이로 내리는 장마철의 


그 구질구질한 비의 끈기 밑에서 나는


잡놈의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하여


이름과 이름 사이의 차고 슬픈 밤비의 이불 밑에서 


사랑과 만난다, 반복해서.


방에서, 중섭의 황소, 그 황소의 울음 소리가


의자와 밥그릇과 나의 싸구려 스탠드의


불빛까지 깨우는 밤과 만나, 그 밤과 만나


나는


잡놈의 웃음을 완성하기 위하여


플레이보이를 읽는다,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 게 무슨 자랑인 양 쇠똥도 바람도 미꾸라지도


냄비도 냄비의 뚜껑도 말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돼지 새끼도 말을 씹고


말하지 않고 바람과 풀은 말을 흔들고


말하지 않고 냄비는 냄비 속에 눕히고,






시의 비폭력주의와 기교주의의 사랑이


이 집 대문을 두드리다 대문만 구경하고 다른 집으로 가야 하는


월부 책장수의 얼굴을 한


아프지 않게  기술적으로 포기하는 법을 익히고 마는 것들의


이름과 이름 사이로 쓸쓸히 걸어가는, 그 사랑의


처마 밑에서 '사랑해요, 당신만을 사랑해요' 라고 사랑을 나는 고백한다, 계속해서.





- 오규원 -











미꾸라지, 돼지, 쇠똥 이런 이름은 실재하며 현실이다.


반면, '플레이보이','사랑'과 같은 단어는 '말'이며 인간의 추상속에 깃든 관념이다.




 사랑은 실재에도 존재하고, 관념에도 존재한다.



실재의 사랑은 미꾸라지,돼지,쇠똥처럼 이불속에서 반복되는 행위를 하는 (수음 or 섹스) 기계적이고 별 의미없는 행위다.


하지만 시인은 이런 기계적이고 당연한 자연스런 행위에 


언어로 아름다움을 만들어 강제하고, 말로써 기교를 부려야 한다.



 냄비 위에 있는 냄비뚜껑처럼 말없는 실재를 놓고 관념을 붙여 추상적인 세계를 표현한 들, 냄비뚜껑은 냄비 뚜껑이다.



기교주의에 빠진 시를 끄적이며,


시인은 어떻게 실재를 초월한 관념적인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단, 주제는 '사랑'이다.





'Adult fairy ta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흔 여덟 통의 사랑편지와 다른 한 통의 사랑편지  (0) 2017.11.14
頌 歌 (송가)  (0) 2017.11.13
사랑의 기교3  (0) 2017.11.12
여자와 굴삭기  (0) 2017.11.10
희시 (戱 詩 )  (0) 2017.11.09
소리에 대한 우리의 착각과 오류  (0) 2017.11.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