頌 歌 (송가)

Adult fairy tales|2017. 11. 13. 16:55

頌 歌  (송가)












새해에는 현실 도피하게 하소서.


현실을 도피하여


현실 도피의 오묘함과 오묘함의 삶을 


내가 만나게 하소서.







사전을 찾아보니 협상은 협의를 보라고 하고, 협의를 보니 '화의로 의논함'이라고 한다만, 

그렇다면 화의나 의논과의 그 먼 의미의 친족 관계는 어디에서 찾아보나.




협상에서 협의로, 그리고 화의와 의논으로 드디어 그 촌수를 드러내는 이 모호하지만 끈끈한 목적 상관의 족보를, 

아직도 우리는 믿고 있지만, 사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픈데 그래 믿으라, 그 속담의 재미로 웃고 나머지는 속담이라는 명사로만 믿으라.








이상하게도 요즘은 재미를 믿지 않는다.


남이 오입한 재미도 믿지 않고


남이 돈을 번 재미도 믿지 않고


남이 쓴 소설의 재미도 믿지 않고


재미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이라고 해도


재미가 혼자 장구 치고 북 치고 다닌다. (이것이 요즘 통설이다)















* 감상평




 시인은 비로소 '자유인'이 되었다.


적어도 이 시에서만큼 시인은 자유인이다.



새해가 되어 '현실도피'를 소원하는 시인.






 현실도피는 '언어가 주는 마법'이다.


여행이라 하면 근사하지만 '현실도피'라 하면 초라한 것이 된다.






 사람들은 윗대가 정해놓은 언어의 규정, 자의성의 법칙에 의해 살아간다.


현실도피하여 산속에 들어간 자유인이 '나무'를 '뱀'이라 부르기로 했다면, 적어도 그에게 있어 '나무'는 '뱀'이 된다.


언어는 철저하게 실체와 관계없는 껍데기다.






그런데 인간은 언어를 벗어나 살 수 없다.


자유인이 된 인간이 '나무'를 '뱀'이라 부르기로 한들, 이미 어릴적부터 배운대로 나무와 뱀이 얽키고 설켜 경계가 흐릿해진다.





시인은 이를 경험하고 있다.


사전은 강압서적이다.





사전에 적힌 의미는 곧 진리다. 이를 따라야 하는 법.



시인은 자유인과 반대편에 서있는 사전을 끄적이며 울분을 삭힌다.






실체가 없는 언어는 말장난으로 인식될 뿐, 더 이상 재미가 없다.


자유인은 남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유인은 타자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어'로 강압된 남이 하는 이야기와 경험과 진실은 더이상 시인에게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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