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선 '시' - 텅 빈 하늘 -

Surreal News|2017. 8. 14. 20:46

 조인선 '시'  - 텅 빈 하늘 -

 

 

 

 

 

 

 

구두 신은 여자의 다리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청개구리의 신음이 항아리에 쌓이고

 

검은 고양이는 달력을 할퀴며 시간을 노래한다.

 

 

 

 

 삶은 누구에게나 걸인의 눈빛으로 걸려 있기에

 

거리의 불빛에도 거울은 쉴 새 없이 금이 간다.

 

 

 

 

 

 

 

 

 하늘은 항아리에서 익고 시간은 언제나 빛으로 태어난다.

 

나는 우상을 하나씩 걷어내 맨발로 버스를 탄다.

 

정치는 구멍 난 우산에 불과하지만 예술은 찌그러진 깡통일 뿐

 

 

 

 

만남은 언제나 썩어가는 시체 곁에서 이루어진다.

 

충분히 잠을 자고 깨어난 뱀은 여자에게로 간다.

 

청개구리와 고양이는 그제야 하늘을 보고

 

내가 꿈꾸는 산허리에 기차가 돌아

 

어느덧 세계는 시 하나에 또 다른 바다가 열린다.

 

 

 

 

 거울이 가루가 되어도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그대 모습

 

공장 굴뚝에 매달린 사내의 눈빛에 구름이 걸려 있다.

 

 식민지의 백성이 신문을 덮고 편히 잠자는 시간이면

 

고독한 사내의 음성에는 푸른 깃발이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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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 브르통에 관한 구절이 들어있는 조인선 시인의 '시' 라는 시집이다.

 

 

'텅 빈 하늘'에는 모순된 세상을 벗어나려는 한 사람의 절규가 들린다.

 

만일 '텅 빈 하늘'을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뭉크의 '절규'가 떠오른다.

 

 

 

시의 첫부분, 여자의 다리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 청개구리나 검은 고양이로 심상이 이동한다.

 

청개구리와 검은 고양이의 행위는 우리의 일상이다.

 

크나큰 희망과 꿈도 사실은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덧없는 일상일 뿐이다.

 

 

 

 

걸인의 눈빛 의도치않게 스스로를 생각하게 만든다.

 

삶은 의도치않은 생각과 사건들로 얼룩져있다.

 

밤거리를 걷다보면 익숙함 속에 깃든 추억들이 하나둘씩 낯설게 드러난다.

 

거리의 불빛은 추억을 난도질한다.

 

 

 

 

 

 

 

 

 정치는 하늘처럼 높이 있고, 예술은 기차처럼 멀어지지만 실제로 정치는 개인의 위기 앞에서 구멍뚫린 우산처럼 쓸모없다.

 

예술은 가까이 갈수록 텅 빈 깡통처럼 생활과 멀어진다.

 

 

 

 

 살아가는 건 곧 죽어가는 것이다.

 

만남은 이별을 의미한다.

 

 

 

독을 품은 수컷을 암컷은 피하면서 동시에 유혹하고, 이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차있다.

 

시인은 시로써 세상을 벗어나려 애써보지만

 

과거에서도 미래에서도 현재를 초월할 수 없다.

 

 

 

 

고독한 외침은 곧 차가운 현실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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