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 한잔 -오규원-

Adult fairy tales|2017. 11. 6. 18:59

커피나 한잔  -오규원-



















 커피나 한잔, 우리들께서도 커피나 한잔, 








우리들의 함묵(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아니함), 



우리들의 거부께서도 다정하게 한잔, 



우리들을 응시하고 있는 창께서도, 



창밖에서 날개를 비틀고 있는 새께서도 한잔.








이 50원의 꿈이 쉬어가는 곳은 50원어치의 포도 덩굴로 퍼져 50원어치의 하늘을 향해 50원어치만 웃는 것이 기교주의라고 우리들은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







용납하소서 기교주의여, 기교주의의 시간이여 커피나 한잔.





살의 사실과 살의 꿈을 지나 살의 노래 속에 내리는 확인의 뿌리께서도 한잔 드셨는지.





저 바람의 비난과 길이 기르는 불편한 발자국과 그 길 위에 쌓이는 음울한 사자(死者)의 목소리를 지나 우리들께서는 무엇을 확인하시려는가, 우리들께서는 그 패배로 무엇을 말하시려 하는가.






풀잎은 이유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풀잎은 풀 때문에 흔들린다고 잠 못 드신 들판께서도 피곤하실 테니 커피나 한잔.



















* 감상평



 프란츠 카프카로 알려진 오규원 시인.


상징주의를 해체하고, 초현실주의 시의 최고경지에 올랐던, 도저히 한국문화와 환경에서 배출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시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시가 '커피나 한잔'이다.




 훌륭한 시는 절대로 해석하고 분석되지 않는다.


옳은 소리를 옳다고 하지도 않는다.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



음악처럼 느끼면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시가 '커피나 한잔'이다.













 이 시는, 접하는 사람의 마음상태에 따라서 무수히 변한다.


문장은 빈 껍데기요, 관념만이 살아서 마음속에 실재한다.






 오규원 시인이 내던진 본질이 시를 접하는 사람의 마음과 부딪치면 카오스 상태가 된다.







그 카오스 상태를 즐겨라.



카오스를 즐기다보면 뜻하지 않은(?) 본질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아찔한 세계 앞에 서면, 무의식이 폭발한다.







 커피 한잔을 놓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


커피 한잔에는 그 사람이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과 오고갔던 대화들이 모두 녹아 있다.




정치인들도,


서민들도,


사업가들도,


범죄자들도,


성직자들도,







수많은 사람들의 중요하고 사소하고 심각하고 평범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앞에 커피 한잔이 놓여 있다.




수많은 법과 질서 규칙들로 사회는 짜여져 있지만, 커피 여전히 구조 밖의 어느 자리에 있다.





기교들로 가든찬 세상 밖에 커피 한잔이 있다.




 


 













댓글()